시간의 속도를 늦추는 법, 런닝머신

 

사진: Unsplash 의 Ryan De Hamer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시간은 유독 길게 느껴진다. 밖에서 뛰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창밖을 스쳐 가는 풍경도, 도로에 부딪히는 발소리도, 저 멀리 보이는 목표 지점도 없다. 대신 눈앞에 있는 건 변함없는 디지털 숫자뿐이다. 3분을 달렸다고 믿었는데, 겨우 40초가 지났을 뿐이다.

 

반면, 바깥을 달릴 때는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달리는 동안은 호흡과 속도에만 집중하게 되고, 어느새 몸은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거리는 짧아지고, 바람이 몸을 스쳐 지나가고, 두 발을 움직일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시간을 신경 쓰지 않는 순간, 시간은 너무도 빨리 흐른다.

 

어쩌면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하루하루는 러닝머신 위처럼 길게만 느껴지지만, 돌아보면 한 해가, 한 계절이, 그리고 어느새 한 세월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지?”라고 중얼거리며, 다시 정신을 차릴 때쯤이면 이미 한 걸음 더 나이를 먹어 있다.

 

속도를 더해가는 시간이 야속하게만 느껴지던 찰나, 시간의 빠르기를 늦추는 방법을 알았다.

 

하루하루가 너무 빠르게 흘러가버리는 것 같다면, 러닝머신 위에서 달려보자. 순식간에 세상은 0.1배속으로 느려진다. 이토록 천천히 가는 시간이 있다는 것에, 어쩌면 조금은 안도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