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2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마음도 세탁기에 넣자

아침, 창밖은 뿌연 미세먼지로 가득했다. 기온이 올라간 걸 증명이라도 하듯 먼지는 더욱 짙어졌고, 답답한 풍경이 마음속까지 스며드는 기분이었다.다행히 오후가 되자 바깥 풍경은 다시 선명해졌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뿌옇고 무거운 안개가 걷히지 않은 채였다. 점심시간, 좋아하는 야채김밥을 한 입씩 먹으며 창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저마다 목적지를 향해 걷는 사람들, 빠르게 지나치는 자전거, 주인을 끌어당기며 신나게 달려가는 강아지까지—모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분주한 모습들 사이에서 혼자만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생각. "마음도 세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속 먼지를 세탁기에 휙 넣고 쾌속 모드로 돌려서, 따뜻한 바람에 보송하게 말리고, 내가 좋아하는 섬유 유연..

계절을 알려주는 나무 시계

몇년간 같은 버스 정류장을 이용한다. 출근과 퇴근, 하루에 두번씩 거쳐가는 그곳에는 언제부터 있었을지 알 수 없는, 목련 나무들이 서있다. 나는 몇해째 그것을 나만의 '봄 시계'로 삼고 있다.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나무의 메마른 가지 끝에 몽우리가 조그맣게 맺히기 시작할 때 깨닫는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이 자리에 설때마다, 몽우리들이 조금씩 통통하게 부풀어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슬슬 겨울 옷가지를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자연은 약속을 어기는 법이 없다. 언제나 도착해야 할 시간에 그곳에 다가와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계절의 변화를 속삭여준다.얼마 후면 목련이 가득찬 봄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보드라운 크림색 얼굴을 화사하게 드러낼 것이다. 그러면 수없이 마주한 봄 앞에서, 여지없이 마음이 허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