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생각/아침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마음도 세탁기에 넣자

coffeeeandthink 2025. 3. 21. 23:57

아침, 창밖은 뿌연 미세먼지로 가득했다.

 

기온이 올라간 걸 증명이라도 하듯 먼지는 더욱 짙어졌고, 답답한 풍경이 마음속까지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오후가 되자 바깥 풍경은 다시 선명해졌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뿌옇고 무거운 안개가 걷히지 않은 채였다.

 

점심시간, 좋아하는 야채김밥을 한 입씩 먹으며 창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저마다 목적지를 향해 걷는 사람들, 빠르게 지나치는 자전거, 주인을 끌어당기며 신나게 달려가는 강아지까지—모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분주한 모습들 사이에서 혼자만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생각.

 

"마음도 세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속 먼지를 세탁기에 휙 넣고 쾌속 모드로 돌려서, 따뜻한 바람에 보송하게 말리고, 내가 좋아하는 섬유 유연제 향기까지 솔솔 입혀 꺼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깨끗하고 뽀송뽀송해진 마음을 새 옷처럼 나 자신에게 입혀 다시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면.

 

사진: Unsplash 의 Ace Maxwell

 

어쩌면, 이렇게 글을 쓰는 일이 마음을 세탁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루 동안 마음에 쌓인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 문장으로 만들어내며, 물에 담가 살살 헹구듯이.

 

때로는 조심스럽게, 때로는 조금 더 과감하게 마음을 주무르다 보면 어느새 얼룩이 흐려지고, 구겨진 주름이 펴지니까. 그렇게 말갛게 세탁된 마음으로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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