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시간은 유독 길게 느껴진다. 밖에서 뛰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창밖을 스쳐 가는 풍경도, 도로에 부딪히는 발소리도, 저 멀리 보이는 목표 지점도 없다. 대신 눈앞에 있는 건 변함없는 디지털 숫자뿐이다. 3분을 달렸다고 믿었는데, 겨우 40초가 지났을 뿐이다. 반면, 바깥을 달릴 때는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달리는 동안은 호흡과 속도에만 집중하게 되고, 어느새 몸은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거리는 짧아지고, 바람이 몸을 스쳐 지나가고, 두 발을 움직일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시간을 신경 쓰지 않는 순간, 시간은 너무도 빨리 흐른다. 어쩌면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하루하루는 러닝머신 위처럼 길게만 느껴지지만, 돌아보면 한 해가, 한 계절이, 그리고 어느새 한 세월이 순식간에..